Tearsheet
흙과 불의 도예, 생명을 창조하는 공(功)의 미학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29. 21:28
이글거리는 불꽃 속으로 도예가가 거친 숨소리를 뿜으며 장작을 내던진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도자기 제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가마에 불 때기는 단 몇 분을 앉아 쉴 수 없게 하는 사투 중 사투다. 가마 안의 온도는 말이 1,300도지 그 열기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가?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요장들이 편리한 기름 가마나 가스 가마로 도자를 구워내고 있지만 도자기의 고장 이천에서 2대째 대를 잇고 있는 심천 김진현(52) 명인은 여전히 전통 장작 가마를 고수하고 있다. 장작 가마에서 탄생하는 도자기의 멋과 아름다움은 가스 가마의 결과물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가마 안은 불과 흙, 장인이 삼위일체가 되어 기품 있는 도자기를 빚어낸다. 김진현 명인은 말한다. "저의 노력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 채 그저 결과를 조용히 기다릴 뿐입니다." 겸손한 자세로 작품의 탄생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명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글/사진 조성준, 월간 빛과소금 2010년 1월호 FRAME